이것저것2011. 1. 23. 00:57

1. 이번 중간고사 쓰기 시험 주제가 '내가 부자가 된다면'이었는데 자긴 절대 일 하기 싫어서
놀고 먹고 싶다는 애부터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구구절절한 사연들까지, 국적만큼이나 가지각색-
본인의 유학 비용 때문에 부모님께서 월급의 대부분을 한국으로 보내고 맛있는 음식도 잘 못 먹고
새옷도 못 사입고 있다는 중국 유학생과, 한국에 오기 전까지 죽어라 열심히 일 했는데
돈이 너무 없어 슬프다는 멕시코 학생; 하지만 동정표로 점수를 줄 수는 없잖아! 너네 너무했어 정말. -_-
 
2. 정규반과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아르헨티나 교포 아이들 특별 프로그램이 다음 주면 끝난다.
아무리 짧은 경력이라지만 이렇게 감 잡기 힘든 반은 처음이다.
이민간 부모들이 자식들의 뿌리 찾기 일환으로 보내는 방학 프로그램인데,
학생들은 방학 때 이 추운 한국까지 날아와 공부를 하고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기본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학습동기가 매우 낮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의 한창 놀고 싶은 나이에
얼마나 싫겠는가.
게다가 이민 2세, 3세들은 대체적으로 살고 있는 국가와 모국이라 부르는 한국 두 사회에서 모두
주변인으로밖에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소심하거나 까칠한 특징을 갖고 있기도 하다.
얘네들을 끌고 나가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 난감.
그저께는 언제나 특유의 기름지고 거만한 표정으로(회계사도 아니고 회계사 준비하고 있는 게 무슨 큰 벼슬인 줄 아는)
선생들을 빡돌게 하고 있는 태양소년 에스테반 군 때문에 열이 좀 차올라서 수업 시간에 
참느라고 어금니 꽉 깨물 정도였음.(이 생활 시작하고 진짜 너 같이 싸가지 없는 녀석는 처음이다. 부들-)
차이에 대해 전혀 받아 들일 자세도 안 되어 있고 의욕도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교사가 어디까지 데리고 갈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
이러면서 발전 하겠거니(라고 하지만 속은 끓는다 -_-)
 

3. 어제 저녁, 이태원 아랍 식당 PETRA에서 이번 학기 학생들과의 저녁 식사.
처음에 가려고 했던 식당에서 좀 변경이 있었는데 처음 먹어보는 아랍 음식이어서
좀 불안하긴 했으나 인도 음식과 비슷한 느낌도 있었고 생각보다 괜찮았음.
난 이제 닭도 별로라서; 콩으로 만들어 튀긴 팔라펠과 샐러드를 피타빵에 곁들여 먹은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다른 메뉴에 대한 코멘트는 의미가 없을 듯.
(이거 같이 수업 들어가는 선생님이랑 학생들 동의 없이 올려도 되려나; 뭐 방문자 거의 없으니 괜찮겠지? 막 이래;)
참고로 사진은 학생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거 불펌;;;

저 갈색 동그란 것이 콩을 갈아 튀겨 만든 팔라펠. 팔라펠 옆에 있는 노란 것은 콩을 갈아
올리브유를 섞어 만든 훔무스. 아랍 사람들이 항상 즐겨 먹는 음식이란다. 담백하고 맛있음.

치킨 케밥. 조금밖에 안 먹었지만 괜찮았음. 탄두리보다 나은 듯.

치킨 커리와 불면 날아가는 볶음밥- 커리는 인도 커리에 비해 묽고 건더기는 훨씬 거대함-_-
커리에 풍덩 빠져 있는 닭 가슴살 덩이들;; 양 많은 이들에게 강추;
얜 이름 모르겠고. 닭다리와 샤프란 볶음밥이 함께 곁들여져 나오는 커리.

이번 학기 학생들. 몇 명은 사정상 못 와서 좀 아쉽-

 쉬는 시간마다 여자에게 고백하는 말과 사랑의 표현만 주구장창 물어보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유세프와 고** 선생님의 의도치 않은 커플룩.
유세프는 저 빨간 니트 자켓 하나로 올 겨울을 나고 있음. 헬리콥터 산다더니 돈 모으냐-_-

Posted by 쑴.